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짧은 3일이라는 시간 동안, 팀 일을 배분하고, 게임 기획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하고, 발표 준비를 하며... 눈 깜빡하면 지나갈 그 3일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팀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던 기회였기도 하다. 또, 경험자의 조언은 산출물의 품질을 극한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고 비슷하다!
1. 처음부터 다시
우리 팀은 일찍이 산학 협력 프로젝트인 Lighp(로그라이트 게임)를 프로토타이핑을 했었다.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후, 게임의 특별한 경쟁력과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 시스템마저도 플레이어를 방해하고 있어 오히려 성가시다는 느낌을 얻었다.
약 2~3개월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팀장이란 자리에 있으므로 내 말 하나 하나가 줄 영향력을 고려해야만 했다. 또, 게임오디션까지의 기한이 딱 일주일이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경쟁력이 부족한 게임을 3학년 내내 개발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긴급 회의로 팀원들을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프로토타입 게임의 문제점과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 또는 아이디어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을 했다. 그 결과, 어댑터의 줄 이야기부터 빙의 시스템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러한 의견이 나온 다음, 온라인 회의를 주말에 진행했다. 온라인 회의라 걱정했는데,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회의 또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로프를 이용한 퍼즐 해결 게임 VS 로프로 펫을 묶는 퍼즐과 전투 중 어느 게임이 더 좋은가에 대해 의견이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나는 로프&펫을 이용한 퍼즐은 마음에 들었지만, 전투는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내가 나의 의견에 집중해 다른 의견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Lighp에서 게임을 바꾼 주 목적은 게임의 아이덴티티였다. 그 요소에 맞게, 단순 로프에 그치지 않고 펫을 묶는 콘셉트를 추가하면 확실한 독창성과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한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듣고 싶은 것을 중점적으로 듣는 나를 성찰할 수 있었다. 특히 팀장이라면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었는데...
그렇게 새 기획은 로프로 펫을 묶는 퍼즐 &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러프하게 잡히게 된다. 그리고 그 날은 게임 오디션이 일주일 가량 남은 상태였다.
2. 게임의 방향 맞추기
온라인 회의가 끝나고 주말 동안은 전체적인 기획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PPT 준비는 내가, 전체적인 기획서는 기획자가 담당했다. 핵심 시스템과 장르는 정해졌지만, 인터페이스와 뷰가 통일되지 않아 팀원들 모두 게임을 머릿속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졸업작품을 먼저 진행한 선배님들이나, 선생님께서는 항상 팀원들이 바라보는 게임이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셨다. 따라서, 핵심 시스템에 따른 본인이 그린 인터페이스와 그 이유를 설명하기로 했다.
두 명 외에 다른 팀원도 모두 그렸지만, 종이에 그리거나 찾을 수 없어 가져오지 못했다. 이렇게 각자 원하는 게임을 그려보니까, 뷰부터 퍼즐과 전투의 조작, 비중, UI까지 모두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각자 생각한 게임(인터페이스, 조작)의 이유를 설명하고 가장 설득력, 경쟁력 있는 주장으로 고르게 되었다.
카메라는 3인칭으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우리 게임의 핵심 요소인 펫과 전체 퍼즐을 한 눈에 보여주는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참고하였다.
전체적인 게임의 기능, 퍼즐과 전투의 요소를 긴 회의 끝에 정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서를 쓰고 PPT를 제작해 월요일 아침 멘토님께 보여드릴 자료를 제작했다.
3. 경험과 피드백의 힘!
[PPT 만들기]
공통 교육을 듣고 멘토 선생님을 만날 준비를 했다. 게임 등록을 전 게임으로 해서 로그라이크에 강한 분이 오셨는데, 게임이 퍼즐 어드벤처로 바뀌어서 죄송스러웠다.
멘토 선생님의 가장 도움이 되었던 자료는 수상 당시 발표 자료 PPT였다. 나는 지금까지 PPT 자료는 게임의 개요와 핵심 재미 요소 등등... PPT의 정석대로만 제작해왔지만, 발표 자료를 보니 경쟁력과 임팩트 모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또, 대회의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발표 자료이기도 했다. 그 PPT는 인터페이스부터 게임의 분위기와 아트 콘셉트를 드러내었다. 또, 시각적 요소를 중시해 GIF와 영상을 많이 넣었고 핵심적인 글만을 넣어 집중과 가독성을 살린 PPT였다.
멘토 선생님은 수익화 방안, 게임 기획 계기, 보상과 난이도, 차별화 등 여러 부분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셨다.
발표만으로 모든 게 채점되는 게임이므로 발표에 더욱 집중해보자는 마음이 확실히 들었다. 정적이고 지루했던 PPT를 게임의 아트 컨셉을 드러내고 동시에 많은 애니메이션을 추가해 청중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멘토 선생님께 코칭받은 발표 스킬들로 프레젠테이션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모의 발표하기]
옆 팀과 열고 닫을 수 있는 유리문으로 나누어져있기 때문에 모의 발표를 해 옆 팀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의 전략을 노출한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조금 더 정돈하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멘토 선생님이 '이런 건 많이 해봐야 늘어'라고 말해주셔서 용기를 가졌다.
발표를 하는 동안에는 얼굴이 빨개진 게 느껴지고 내가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다. 추가로 옆 팀이 내가 생각하는 수상 후보 팀이라고 생각해 일주일만에 급조한 기획을 발표하는 게 정말정말 부끄러웠다. 이런 발표를 시킨 멘토쌤이 미웠지만, 부끄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발표 자료가 50%도 완성이 안 됐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이게 뭐 하는 게임인가요?'라는 뉘앙스의 질문이었다. 우리 PPT에 게임 흐름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본디 게임이 정적인 사진이나 설명이 적절한 표현되기 힘들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성장하기]
게임 흐름을 gif로 처음부터 설명하는 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 돕고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https://devvamos.tistory.com/19#comment14693232
위에는 같이 게임오디션에 참가한 한 팀의 PPT 자료가 들어있는 글이다. 당시에 이 PPT를 보고 재미있는 퍼포먼스 + 게임 설명 + 유저층 설명까지 해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발표 자료가 사람을 자연스럽게 학습시키는 게 게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게임 아이디어만을 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이 나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게임 흐름과 플레이 방식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학습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발표가 된다고 생각했다. 위에 팀과 다르게 개발한 내용이 적어 기가 죽긴 했지만, 최대한 게임 흐름이 보이도록, GIF와 프레젠테이션 툴을 잘 사용하여 제작했다.
프레젠테이션은 내가 청중가 같이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제목 슬라이드는 아트를 담당하는 팀원이 게임 화면같이 만들어주어서 청중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다. GIF로 게임 화면을 보여주며 발표로 '우클릭을 눌러 자성 펫의 고유 스킬을 쓰겠습니다'같이 게임과 조작법에 대해 같이 설명하기로 했다.
이렇게 영상 이미지로 게임 플레이를 설명하는 것은 게임 흐름, 조작법과 청중의 집중까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발표 퍼포먼스인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은 부끄럽지만, 그로 인해 얻은 부끄러움과 발전하겠다는 열망, 피드백과 다른 친구의 아이디어는 나를 성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뼈저리게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4. 만반의 준비
마지막까지 프로토타입(인 척하는 영상 이미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서 발표에 온전한 힘을 쏟을 수 없었다. 평가 대상이 오로지 발표이기 때문에 팀장인 나의 역할이 정말 정말 막중했다. 발표 준비를 하며 PPT의 논리적인 흐름과 팀원 일 분배, 예상 질문과 답변까지 모두 관리를 하며 몸이 세 개라도 된 줄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기획자가 코로나로 집에 가버려 인력이 한 명 줄게 되었다...
발표 시간은 5분으로, 약 45가량의 슬라이드를 발표하기에는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다. 빠르게 말을 하면 청중의 이해와 집중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느리게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멘토쌤의 조언으로 발표 대본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이 상황에서 팀원들이 PPT의 논리적인 구조, 자료 조사,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착실히 수행해주어서 발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PPT에 대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 팀원들은 그걸 반영해 수정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프로젝트실에 오니 다른 팀의 진행 상황과 우리 팀을 비교할 수 있었다. 다른 팀 앞에서 발표를 하기도 하고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의 부족한 점과 강점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멘토쌤들, 친구들 앞에서 모의 발표를 계속해서 하고 피드백과 질문을 받으며 말을 계속 계속 다듬을 수 있었다.
-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때는 청중의 눈을 맞출 것
-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발표할 것
- 말을 다듬고 더듬지 말 것
- 자신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할 것
이런 조언들을 바탕으로 야자 야자 시간 내내 모의발표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스톱워치와 Canva와 함께 2시까지 밤을 보냈다.
등등... 많은 조언들이 실전 발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단순 경쟁자가 아니라 피드백을 주고 받고 같이 성장하는 경험이 정말 신기했다. 한국 입시 시스템에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내 것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묘한 거리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전략을 노출하더라도,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우물 안 개구리를 탈출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5. 대망의 발표
우리 팀의 발표 순서는 11번째로,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이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가까울수록 심사위원과 청중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이니, 영상을 활용한 발표로 청중의 집중을 꽉! 잡겠다는 다짐을 했다.
엄청난 포부와 모의 발표 경험에도, 발표 전 순서일 땐 심장이 콩닥콩닥 정도가 아니고... 쿵딱쿵딱 엄청 뛰었다.
그럼에도! 정말 희소식은 발표 시간을 칼같이 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발표 5분, 질의응답 2분이었지만, 발표와 질의응답 모두 제한 시간을 넘어서도 계속되어서 시간을 지킨다기보다는 청중이 이해와 집중을 할 수 있게, 알차게 발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발표 시작 전, 담당 선생님의 "집중력이 떨어져갑니다. 거의 마지막이니 집중해주세요."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을 잘 활용해,
"여러분들의 집중력을 제 발표로 채워드리겠습니다."
같은 속으로만 생각했던 포부를 말했다. 어떤 정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실전에 강한 타입인 것 같다. 이 말로 박수와 청중, 심사위원의 집중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https://www.canva.com/design/DAFWZSp76sM/2rFruxjBEO1ZMplbf0XxLg/view#1
발표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역동적인 PPT이다. 링크를 누르면 PPT를 볼 수 있다.
심사 기준 별로 항목을 정리해 높은 점수를 노린 발표 자료이다.
사실...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모의 발표를 했던 것보다 조금 더 자세히, 또 천천히 발표를 했다. 그 외에는 다를 것 없었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는 생각보다 엄청 긴장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발표 퍼포먼스나 컨셉에 조금 신경을 썼는데, 게임 시작 전에 "여러분을 <몽글몽글 뚝딱뚝딱> 게임 속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같은 멘트들을 치지 못했던 게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준비했던, "인디게임계의 한 획을 긋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는 당차고 자신감 있는 포부를 전해 분위기를 띄우고 마지막까지 청중의 집중력과 호응을 모두 잡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발표가 끝나고 들어올 때, 친구들이 "수상하면 내 지분 있는 거야.", "수상은 이민영네다." 등등 좋은 반응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어 정말 정말 기뻤다. 팀원들은 연습보다 훨씬 잘했다며 칭찬해주었다!
최우수상을 받고 느낀 게 있다면, 게임 기획 발표는 심사위원에게 게임 플레이를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상을 했던 팀 모두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해를 잘 시킨 팀이었다.
공동 강의에서는 게임 자체의 설명보다는 핵심 재미와 차별점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심사위원이 게임 플레이를 이해해야 핵심 재미, 차별점을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상의 핵심적인 전략은 게임 시연으로 심사위원이 지루하지 않게 게임플레이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모두 게임을 이해한 상태이므로 게임의 경쟁력과 차별점을 논리적으로 동의, 이해할 수밖에 없게 한 것 또한 핵심 전략이었다.
고된 프로젝트 2개와 시험 끝에 바로 온 공모전이라 힘들었기도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의 기획을 마음이 맞는 팀원들과 하고 발표 준비나 팀원 관리 등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배운 점을 정리하자면,
0.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는 주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1. 경험자의 조언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2. 엉터리라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얻는다면 그만한 가치는 없다. 자존심을 버리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자!
3. 경쟁자에게서 배우고, 발전하자!
4. 모두 성장하는 경쟁이 가장 가치있다.
5. 불안 때문에 흔들리지 말자. 다만, 내 세상에 갇혀있는 건 금물이다.
6. 팀워크와 성실한 팀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7. 만반의 준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배운 것 중 대부분의 본질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자'였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가장 멋지다. 가장 멋진 사람이 되자!
연초부터 시작이 좋다!
그렇지만, 졸업 작품은 아직 시작 단계이니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일이 잘 될 때를 더 조심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기획과 목표를 설정하고 졸업 작품에 임해야겠다!
아자아자 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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